홈으로_ 커뮤니티_ 건강칼럼
"변의 참는 습관부터 버려야"...건강한 배변을 위한 3가지 조건은?
배변은 장기와 근육, 신경계가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복합적인 생리 과정이다.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변비 등으로 인해 배변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나아가 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한 일상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장 건강의 악화가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파킨슨병 및 만성 신장 질환 등 전신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따라서 배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 아니라, 인체의 생리적 기전에 맞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원활한 배변을 좌우하는 3가지 핵심 조건과 올바른 습관을 정리했다.
1. 대변을 밀어내는 힘, '추진력'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건강한 배변의 첫 번째 조건은 장이 대변을 밀어내는 물리적 힘, 즉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추진력은 장이 스스로 수축하는 힘과 의식적으로 복부에 가하는 압력이 결합할 때 완성된다. 특히 대장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수축이 가장 활발해지는데, 이때 음식이나 카페인을 섭취하면 '위대장 반사(Gastrocolic reflex)'가 일어나며 장이 대변을 밀어낼 준비를 마친다.
장이 강하게 수축하며 변의를 유발할 때, 흔히 변기에 앉아 입과 기도를 닫은 상태에서 숨을 내쉬듯 복부에 힘을 주게 된다. 이를 의학 용어로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 의대 트리샤 파스리차 박사는 저서 '당신은 지금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배변해 왔습니다(You've been Pooping All Wrong)'에서 "숨을 참고 복부에 힘을 주면 흉부와 복강의 압력이 올라가고, 그 하향 압력이 직장에 머무는 대변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냄새나 소리에 대한 부끄러움, 혹은 바쁜 일정 탓에 이 '골든타임'의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다. 장이 수축하는 최적의 시기를 놓친 뒤, 나중에 화장실에서 의도적인 복압(발살바 조작)만 가하려 하면 대변을 밀어내기 위해 훨씬 더 무리한 힘이 필요해진다. 파스리차 박사는 CNN을 통해 "배변 신호를 놓친 뒤 강제로 힘을 주면 통증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치질이나 근육 손상까지 유발될 수 있다"며, 변의가 느껴질 때 가급적 즉시 화장실을 찾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2. 수분 잡는 식이섬유로 대변의 부드러움을 유지하라
대변을 밀어내는 힘이 충분하더라도, 대변 자체가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장관을 매끄럽게 통과할 수 없다. 이는 배출 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장내 이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시원하게 비워내는 원활한 배변 활동을 가로막는다. 대변이 이처럼 딱딱해지는 이유는 장내 수분을 빨아들이는 결장의 특성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분 손실을 막아 대변을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해 주는 핵심 성분이 바로 식이섬유다. 키위나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결장까지 도달해 수분을 꽉 머금는 역할을 한다.
다만, 식단 관리를 하더라도 앞서 강조한 배변 타이밍을 놓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파스리차 박사는 "아무리 식이섬유와 물을 많이 섭취해도 변의를 참으면 소용이 없다"고 조언한다. 대변을 제때 배출하지 않고 장에 오래 머물게 할수록 결장의 수분 재흡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 대변이 다시 돌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와 함께 대변의 장내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부드러움을 지키는 관건이다.
3. 바른 자세로 골반저근을 이완시켜라
원활한 배변을 위한 마지막 단계는 대변이 배출되는 통로가 활짝 열리도록 근육의 긴장을 푸는 것이다. 직장까지 도달한 대변이 몸 밖으로 나가려면 최종 관문인 골반저근이 부드럽게 이완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어 오히려 열려야 할 골반저근을 수축시키곤 하는데, 파스리차 박사는 이 상황을 "치약 튜브를 짜면서 뚜껑은 닫아둔 상태"에 비유했다.
이 굳게 닫힌 관문을 가장 쉽게 여는 방법은 발밑에 받침대를 두어 '바른 배변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변기에 앉을 때 무릎을 허리보다 높게 올리면, 직장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골반저근의 일부인 '치골직장근'이 느슨해지며 꺾여 있던 배변 통로가 일직선에 가깝게 펴진다. 파스리차 박사는 "일반적인 90도 좌식 자세는 근육이 통로를 부분적으로 막아 배변을 방해한다"며, "받침대를 활용해 하체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근육 긴장을 줄여 배출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2~3개월 노력해도 호전 없다면 전문의 상담 받아야
변을 밀어내는 물리적 힘, 대변의 부드러움, 그리고 골반저근의 이완이라는 세 가지 생리학적 조건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장 건강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3개월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 및 출혈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습관의 문제를 넘어선 기능적 장애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파스리차 박사는 "특히 만성적인 골반저근 기능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치료 등을 통해 근육의 움직임을 교정하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증상이 반복되거나 복합적인 경우에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는 것이 권장된다"고 전했다.